Surface Go 사용기

2018-11-03 05:17

Microsoft에서 만든 소형, 경량 태블릿 겸용 랩탑.

구매한 모델과 그 이유

나는 8GB RAM, 128GB SSD 모델을 샀다. 알칸타라 키보드 커버까지 합쳐서 84만 4천원. 여기에 14만원짜리 서피스 펜을 더했으니 100만원 가깝게 지불한 것 같다.

여기에다가 추가 저장장치로 삼성전자 micro SDXC CLASS10 UHS-I U3 256GB를 7만원 가량 주고 샀다.

이 돈을 주고 서피스를 구매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이런 조건을 만족하는 기기는 세상에 별로 없는데, 그나마 Google Pixel Slate가 비슷하다. 하지만 크롬 OS의 리눅스 지원은 Windows subsystem for linux (이하 WSL)에 비할 바가 못 될 정도로 부족하다. 서피스 고와 같은 스토리지 옵션에서 $500 가량 더 비싸다는 것까지 감안했을 때는 도저히 구입할 수 없었다.

Surface pro도 대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태블릿으로 사용하기에는 다소 무거웠고, 특히 키보드 커버까지 합치면 13인치 맥북 프로와 별 차이 없는 무게가 되어버려서 후보에서 제외했다. 게다가 대부분의 기기를 USB-C로 통일한 상황에서 USB-C 포트가 없는 것도 단점이었다.

WSL

서피스 고를 개봉하고 바로 리눅스 세팅을 시작했는데, WSL이 활성화 가능한 기능 목록에 없는 것이 이상했다. 원인을 알아보니 WSL은 윈도우 10 프로 버전에서만 쓸 수 있었고, 서피스 고는 윈도우 10 홈 버전만 제공하는 게 문제였다.

눈물을 머금고 16만 5천원을 더 내고 윈도우를 프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다행히 홈에서 프로 버전으로의 업그레이드는 앱 설치만큼이나 간단했다. 이후에 WSL 활성화와 우분투 설치도 손쉽게 끝났다.

WSL의 대표적인 문제가 파일 I/O가 느리다는 건데, 실제로 써 보니 정말 답답할 정도로 느렸다. zsh + oh-my-zsh 조합에서는 ls 명령 한 번에 몇 초씩 걸릴 정도였다.

이대로는 못 쓸 것 같아서 검색을 해 보니 windows defender 실시간 감시를 끄면 드라마틱하게 빨라진다는 글이 있었다. 실제로 해 보니 굉장히 쾌적해졌다. 다만 실시간 감시를 windows defender 설정에서 꺼도 계속 도로 켜지는데, 완전히 끄려면 powershell 관리자 모드에서 다음과 같이 입력해야 한다 출처.

Set-MpPreference -DisableRealtimeMonitoring $true

위의 방법으로도 안 되면 Group Policy editor로 disable시키고 재부팅하자 (출처).

작업 표시줄에 windows defender가 경고를 띄우는 건 신경쓰이지만 아이콘을 숨기면 그만이니 괜찮다.

소프트웨어 경험

윈도우 업데이트는 느린데 성가시기까지 한 것으로 악명이 높다. 실제로 개봉 후에 바로 뜨는 권장 업데이트를 설치하는 데만 한 시간 이상 걸렸다.

글꼴 렌더링 역시 윈도우가 욕을 많이 먹는 부분이다. 그나마 시스템 기본 글꼴을 바꿀까 했더니 레지스트리를 바꿔야 한다. 찜찜해서 시스템 언어를 영어로 바꾸는 것으로 타협했다.

태블릿 모드를 잘 써먹으려면 좋으나 싫으나 Edge 브라우저를 쓸 수밖에 없다. 사람들이 싫어하는 것과는 달리 상당히 쓸만하고 최적화도 잘 되어 있어서 웹서핑이 즐거웠다. 다만 기본 검색 엔진인 bing의 검색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았는데, google로 바꾸는 건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다음과 같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1. google.com 방문
  2. settings -> view advanced settings -> change search engine
  3. google 선택 후 set as default
  4. 왠진 몰라도 한참 기다리기 (이 부분이 제일 성가셨다)

그리고 Edge도 글꼴 변경을 지원하지 않더라. 그래서 Firefox를 깔고 글꼴을 이리저리 바꿔 보았지만, 윈도우의 폰트 렌더링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글꼴을 아무리 바꿔도 소용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Edge로 돌아왔다.

나는 1Password로 비밀번호를 관리하는데, 모든 기능을 쓰려면 윈도우용 라이센스가 따로 필요했다. 구독 옵션도 있으나 $45를 내고 라이센스를 구매했다. Edge의 browser extension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서 실망했다. extension에 버그가 있고, 고치는 중인 것 같다. 다만 ctrl + alt + \ 만 누르면 어디서든 1Password mini를 띄울 수 있으니 이걸 쓰는 것이 좋겠다. 익숙해지면 주소표시줄 옆의 1Password 아이콘이 동작하든 말든 신경쓰이지 않는다.

Dropbox 싱크는 정말 느리다. 한세월 걸린다. 어제 세팅했는데 오늘도 싱크가 안 끝났다. 그런데 이건 맥에서도 그랬어서 서피스 고의 단점이라곤 할 수 없다. 선택적 싱크 기능을 잘 활용하고 불필요한 파일은 압축해서 보관하는 게 해결책인 것 같다. 특히 파일 갯수가 많은 git 저장소는 Dropbox로 싱크하지 말자. 위에 언급한 windows defender의 실시간 감시 기능이 더해지면 정말정말 느려지고 CPU 자원도 많이 차지한다.

키보드

알칸타라 재질의 키보드 커버는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얇고 가볍다. 표면에 코팅을 해 두었기 때문에 단시간 내에 오염될 염려는 없어 보인다.

키보드가 평균보다 많이 작기 때문에 타이핑하기에 불편하다는 불만들을 여러 리뷰에서 보았다. 걱정스러워서 구매 전에 전시 매장에 가서 직접 타이핑을 해 봤는데, 10초 이내에 적응해서 별 오타 없이 편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오히려 오래 사용한 맥북과 다른 단축키에 적응하는 것이 더 힘들었다.

다만 위 이미지처럼 키보드 한쪽 끝을 접어 본체에 붙이면 키보드 커버 밑에 빈 공간이 생겨서, 타이핑할 때 통째로 눌리는 물렁한 감각이 좋지 않았다. 키보드를 완전히 펴서 바닥에 붙이면 조금 나아진다. 하지만 약간 경사진 키보드를 선호하는 데다가 이렇게 세팅해 두는 편이 더 예쁘기 때문에 경사진 상태로 계속 쓸 것 같다. 이틀쯤 쓰니 울리는 느낌에도 익숙해졌다.

F1~F12 키를 fn 키를 눌러야 쓸 수 있는데, 자주 쓰는 화면 닫기 단축키 alt+F4를 fn키까지 눌러가며 쓰기는 불편했다. fn 키를 오래 누르면 fn 키가 점등되면서 fn lock이 걸리는데, 이러면 키보드 첫번쨰 열이 F1~F12 키로 작동하기 때문에 이렇게 두고 쓰고 있다.

화면

서피스 고를 랩탑으로 사용할 때, 화면이 작아서 잔뜩 웅크린 자세로 작업하게 된다는 글이 있었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시력이 많이 나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정상 시력인 사람에겐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13인치 랩탑에서 하던 작업은 대체로 10인치 화면에서도 쾌적하게 할 수 있었다.

화면의 퀄리티 자체는 인상적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지문이 잘 묻고, 반사가 심한 패널이라서 야외에서 사용하기에는 부적합하다.

태블릿 모드

태블릿에서 주로 쓰던 앱이 유튜브와 웹 브라우저인데, 네이티브 유튜브 앱이 없다는 것이 생각보다 큰 단점이었다. 게다가 크롬캐스트를 쓰려면 구글 크롬을 깔아야 하고, 그나마도 연동이 안드로이드 기기처럼 매끄럽지 않았다. 이렇다보니 단순히 컨텐츠를 소비하기 위해서 서피스 고를 꺼내는 일은 별로 없었다.

Onenote와 Surface pen 조합은 최고다. 평소에 메모를 자주 하지는 않아서 여러 번 써보진 않았지만, 서피스 고를 구매한 이후로 단 한번도 종이에 메모를 해 본 적이 없다. 아이패드 프로는 사용자가 그은 선을 과하게 보정해서 결과물은 예쁘지만 어색한 느낌이 들었는데, 서피스는 이러한 보정이 두드러지지 않는 편이라서 더 내 의지에 가깝게 선을 그을 수 있어서 좋았다.

배터리

60% 정도의 화면 밝기로 WSL 터미널과 Edge만 주로 사용한다면 딱 7시간 정도 간다. 하루종일 마음놓고 사용하려면 충전기를 반드시 챙겨야 한다. 스마트폰 충전기로도 충전은 되지만 충전 속도가 아주 느려서 권장하고 싶지 않다.